이번에는 “약을 몇 번 먹느냐”와 “앞으로 무엇이 올지”에 관한 두 가지 소식입니다. 하나는 하루에 다섯 번 먹던 약을 세 번으로 줄이면서도 약효 도는 시간은 늘린 레보도파 신약이 유럽에서 승인됐다는 소식이고, 다른 하나는 피 한 번으로 몇 년 뒤의 인지저하·보행동결 위험을 가늠해 본 한국 연구진의 연구입니다.
하루 다섯 번을 세 번으로 — 레보도파 서방형 신약이 유럽에서 승인됐습니다
🔍 이렇게 나왔습니다
유럽집행위원회가 홉레도(Hopledo)라는 이름의 레보도파·카르비도파 복합 신약을 승인했습니다. 미국에서는 이미 크렉손트(Crexont)라는 이름으로 쓰이고 있는 약이고, 개발 단계 이름은 IPX203입니다. 대상은 “약을 먹고 있는데도 운동 동요(온-오프)약효가 잘 유지되는 '온' 상태와 약효가 떨어져 증상이 다시 나타나는 '오프' 상태가 반복되는 현상입니다. 초기에는 다음 약을 먹기 30분~1시간 전에 약효가 떨어지는 '웨어링 오프' 형태로 나타나다가, 병이 진행하면 복용 시간과 상관없이 불규칙하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자세히 알아보기가 있는 성인”입니다.
이 약의 핵심은 성분이 아니라 모양입니다. 캡슐 하나 안에 빨리 녹는 즉시 방출 알갱이와 천천히 녹는 서방형약이 한꺼번에 풀리지 않고 천천히 조금씩 나오도록 만든 제형입니다. 오래 가는 대신 늦게 듣기 시작합니다. 쪼개거나 씹으면 구조가 깨져 약이 한꺼번에 풀리므로 임의로 자르면 안 됩니다.자세히 알아보기 알갱이를 같이 담았습니다. 그래서 빨리 듣기 시작하면서도 오래 갑니다.
숫자로 보면 이렇습니다. 승인의 근거가 된 3상안전성과 효과 정보를 더 모으기 위해 다양한 집단·용량으로 비교하는 단계입니다. 참여자 수가 많고, 대개 이 단계를 통과해야 승인 심사로 넘어갑니다.자세히 알아보기 시험(RISE-PD, 참여자 630명)에서 기존 속효성 레보도파와 비교했더니, 증상이 잘 조절되는 시간(좋은 온 타임)은 늘고 오프 시간은 줄었습니다. 그런데 복용 횟수는 오히려 줄었습니다 — 속효성 쪽이 하루 평균 5회였는데 홉레도 쪽은 3회였습니다. 9개월간 더 지켜본 연장 연구에서도 증상 조절과 복용 횟수가 그대로 유지됐습니다.
유럽 판매를 맡은 잠본(Zambon)은 10월부터 유럽 각국에 순차적으로 내놓을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 환자분께
이 소식이 지금 당장 무엇을 바꾸지는 않습니다. 다만 알아두실 만한 것이 하나 있습니다 — “약효가 짧아졌다”는 것과 “약을 자주 먹어야 한다”는 것은 조절할 수 있는 문제라는 점입니다. 하루 다섯 번을 세 번으로 줄이는 것이 실제 시험에서 가능했다는 뜻이니까요.
지금 드시는 약이 다음 복용 전에 자꾸 풀린다면, 그것을 참고 지낼 일이 아니라 진료 때 말씀하실 일입니다. 국내에도 서방형 레보도파 제형이 있어서, 밤에 유독 몸이 굳는 분은 취침 전에만 제형을 달리 쓰는 식으로 조정하기도 합니다.
🙋 보호자분께
이런 약 소식에서 가장 도움이 되는 준비는 기록입니다. 제형이나 복용 횟수를 바꿀지 판단하는 것은 의료진의 몫이지만, 그 판단에 필요한 재료는 집에서만 모입니다.
며칠만 아래 세 가지를 적어두셔도 진료 때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 약을 드신 뒤 몇 분 만에 효과가 오는지 — 30분인지 한 시간인지
- 다음 복용 전 얼마나 일찍 풀리는지 — “먹기 한 시간 전부터 굳는다” 같은 표현
- 하루 중 언제가 가장 나쁜지 — 아침 첫 약 전인지, 오후인지, 밤인지
“요즘 약효가 좀 짧은 것 같아요”보다 “점심 약이 두 시간이면 풀립니다”가 훨씬 쓸모 있는 정보입니다.

피 한 번으로 몇 년 뒤의 인지저하·보행동결 위험을 가늠해 봤습니다
🔍 이렇게 나왔습니다
한국 연구진이 파킨슨병 환자 541명과 건강한 대조군 180명의 혈액을 분석한 연구를 국제학술지 npj Parkinson’s Disease에 발표했습니다. 미국 PPMI라는 대규모 장기 추적 자료를 이용했습니다.
연구진이 본 것은 유전자 변이가 아니라 유전자 활동입니다. 같은 유전자를 가지고 있어도 그것이 지금 얼마나 켜져 있는지는 사람마다 다른데, 그 켜짐 정도를 혈액에서 읽었습니다. 유전자 2만 9천 개를 하나씩 보는 대신 함께 켜지고 함께 꺼지는 묶음으로 정리했더니, 파킨슨병과 강하게 연결되는 묶음 두 개가 나왔습니다. 두 묶음 모두 염증과 면역 세포에 관한 유전자들이 몰려 있었습니다.
이 두 묶음으로 환자마다 0에서 1 사이의 점수를 매겼습니다. 점수가 높을수록 건강한 사람의 상태에서 멀어졌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중앙값 8년 동안 무슨 일이 생겼는지 봤습니다.
나이·유병 기간 같은 요인을 모두 감안한 뒤에도, 점수가 높은 분은 인지장애가 생길 위험이 7.3배, 보행동결이 생길 위험이 3.4배 높았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연결되지 않은 것입니다. 이 점수는 웨어링오프나 이상운동증레보도파를 오래 복용하면서 뇌가 도파민에 민감해져 의도치 않게 몸이 꿈틀거리거나 흔들리는 증상입니다. 약효가 가장 강할 때(온 상태) 나타나는 경우가 많습니다.자세히 알아보기과는 아무 상관이 없었습니다. 이 둘은 도파민 약에 대한 반응에서 오는 문제입니다. 반면 인지저하와 보행동결은 도파민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쪽이고, 혈액의 염증 신호가 바로 그쪽과 맞물렸습니다.
✅ 환자분께
“인지장애 7.3배”라는 숫자를 보고 놀라실 수 있는데, 지금 상황을 정확히 말씀드리면 이 검사는 아직 진료실에서 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연구용 데이터로 계산한 점수이고, 다른 집단에서 같은 결과가 나오는지 확인하는 단계가 남아 있습니다.
그래도 알아두실 가치가 있는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파킨슨병에서 기억력 문제나 발이 얼어붙는 증상은 “약을 잘못 먹어서” 생기는 것이 아니라는 근거가 하나 더 늘었기 때문입니다. 도파민 약을 아무리 잘 챙겨 드셔도 그쪽 증상은 따로 관리해야 합니다.
🙋 보호자분께
이 연구가 실생활에서 주는 힌트는 무엇을 눈여겨봐야 하는가입니다. 연구가 8년을 지켜보며 실제로 세어 본 결과, 보행동결은 74.5%, 인지장애는 22.0%에서 나타났습니다. 드문 일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특히 보행동결은 넘어짐으로 바로 이어지는데도 진료 때 잘 이야기되지 않습니다. 집에서만 나타나는 경우가 많고(“문턱을 넘을 때만 그래요”), 진료실 복도에서는 멀쩡히 걸으시기 때문입니다. 발이 붙는 순간이 있었다면 어디서, 무엇을 하려던 참이었는지를 적어두셨다가 그대로 전해주세요 — 좁은 문을 지날 때인지, 방향을 바꿀 때인지, 다른 일을 동시에 하려 할 때인지에 따라 대응이 달라집니다. 보행이 얼어붙을 때 글에 집에서 바로 해볼 수 있는 방법을 정리해 두었습니다.
지금 할 수 있는 것
두 소식은 서로 다른 이야기 같지만 한 곳에서 만납니다 — 파킨슨병의 문제는 한 종류가 아니고, 대응도 한 가지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약효가 짧아지는 문제는 제형과 복용 횟수로 다룰 여지가 있고, 인지저하나 보행동결은 도파민 약 바깥에서 따로 챙겨야 합니다.
오늘 하실 수 있는 일은 하나입니다. 약효가 언제 오고 언제 풀리는지, 그리고 발이 붙거나 깜빡하는 일이 언제 있었는지를 며칠만 적어보세요. 다음 진료에서 두 가지 다 훨씬 구체적으로 상의하실 수 있습니다.
이 글은 최근 발표된 연구와 기사 내용을 파킨온이 쉬운 말로 정리해 다시 쓴 것입니다. 의학적 진단이나 치료를 대신하지 않으며, 국내 허가·도입 여부와는 무관합니다. 새로운 치료에 관한 궁금한 점은 담당 의료진과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