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증상을 나중에 다스리는 게 아니라 병의 진행 자체를 늦추려는 두 가지 소식을 정리했습니다. 하나는 병을 일으키는 것으로 지목되는 독성 단백질을 면역계가 스스로 없애도록 훈련시키는 백신이고, 다른 하나는 뇌 염증을 겨냥한 먹는 약입니다. 둘 다 지금 당장 처방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증상이 아니라 병 자체를 겨냥하고 있다는 점에서 살펴볼 만합니다.
독성 단백질을 없애는 백신이 FDA 신속심사 대상으로 지정됐습니다
🔍 이렇게 나왔습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스위스 제약회사 AC Immune이 개발 중인 백신 ACI-7104에 신속심사(fast track) 지정을 부여했습니다. 신속심사는 중대한 질환을 대상으로 하는 유망한 치료제의 개발·심사 속도를 앞당기기 위한 제도입니다. FDA는 이와 함께 유럽에서 진행 중인 임상시험을 미국 내 기관으로 확대할 수 있는 승인도 내줬습니다. ACI-7104는 알파-시누클레인신경세포 안에 정상적으로도 존재하는 단백질입니다. 이 단백질이 잘못 접혀 뭉친 형태가 신경세포를 손상시켜 파킨슨병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를 없애는 항체 치료제·백신이 활발히 연구되고 있습니다.자세히 알아보기과 비슷한 모양의 인공 단백질을 이용해, 면역계가 뭉친 형태의 독성 알파-시누클레인을 공격하는 항체를 만들도록 훈련시키는 방식의 능동 면역치료제입니다. 신경세포 손실을 늦추거나 막는 것이 목표입니다.
이번 신속심사 지정은 진행 중인 2상 임상시험(VacSYn)의 첫 34명 참가자에서 나온 중간 결과가 뒷받침했습니다 — 백신은 안전하고 내약성이 좋았으며, 투여받은 모든 참가자에게서 뭉친 알파-시누클레인에 대한 항체가 형성됐습니다. 고용량을 투여받은 참가자들의 경우, 초기 투여를 마친 뒤 척수액에서 측정한 뭉친 알파-시누클레인 수치가 약 51% 줄었습니다. 가장 흔한 부작용은 주사 부위 반응(56%), 두통(15%), 피로감(12%)이었고, 대체로 가볍고 일시적이었습니다.
✅ 환자분께
증상을 관리하는 방법이 아니라 병을 일으키는 독성 단백질 자체를 없애려는 백신입니다. 지금 진행 중인 임상시험은 진단받은 지 대략 1년 이내인 만 40~75세 성인 약 150명을 대상으로 하며, 이 1단계 전체 결과는 2026년 하반기 중 나올 예정입니다.
🙋 보호자분께
‘백신’이라는 말은 실제보다 훨씬 완성 단계에 가까운 것처럼 들리기 쉽지만, 이 백신은 한 번 맞는 주사가 아니라 18개월에 걸쳐 여러 차례 투여하는 임상시험용 주사입니다. 비슷한 임상시험이 모집 중인지 궁금하시다면 임상시험 메뉴를 가끔 확인해보시는 것도 방법입니다.
뇌 염증을 겨냥한 새 먹는 약이 초기 임상시험에서 운동·비운동 증상을 함께 줄였습니다
🔍 이렇게 나왔습니다
미국 제약회사 BioVie가 개발 중인 먹는 약 베지스테림(bezisterim)이 2상 임상시험 (SUNRISE-PD)에서 가짜약(위약)보다 유의미하게 나은 결과를 보였습니다. 이번 임상시험은 레보도파를 아직 복용한 적이 없는 초기 파킨슨병 환자 57명을 대상으로, 베지스테림 또는 가짜약을 약 3개월간 투여하는 방식으로 진행됐습니다. 뇌에 도파민을 만들 재료를 더 공급하되 병의 진행 자체는 바꾸지 못하는 레보도파와 달리, 베지스테림은 파킨슨병 진행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진 뇌 염증 자체를 줄이도록 설계된 약입니다.
임상시험의 주요 목표였던 혈액 내 염증 지표 변화는 목표대로 확인됐고, 베지스테림은 MDS-UPDRS파킨슨병의 운동·비운동 증상과 일상생활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는 척도로, 의료진·환자·FDA가 두루 치료 효과를 판단하는 데 사용합니다.자세히 알아보기 (운동 증상 항목 포함) 점수에서도 가짜약보다 유의미하게 나은 결과를 냈습니다. 수면· 피로 등 비운동 증상을 종합한 지표에서도 가짜약을 앞섰는데, 베지스테림을 투여받은 대다수는 점수가 유지되거나 개선된 반면 가짜약 투여군은 악화되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개선 효과는 혈소판 수치가 높은 참가자에서 특히 뚜렷했는데, 회사 측은 이것이 체내 염증이 더 높은 상태를 반영하는 것일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심각한 안전성 문제 없이 내약성도 좋았습니다.
✅ 환자분께
떨림이나 경직 같은 운동 증상에 비해 수면 문제나 피로감은 상대적으로 도움받기 어려웠다면, 이 약은 처음부터 그런 비운동 증상까지 함께 겨냥해 설계된 약입니다.
🙋 보호자분께
수면 문제나 피로감 같은 비운동 증상은 떨림만큼 ‘파킨슨병다운’ 증상으로 여겨지지 않아 진료 때 언급되지 않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번 임상시험은 이런 증상들도 새로운 치료제가 직접 겨냥하는 대상이 되어가고 있다는 신호이니, 계속 진료 때 말씀해주시는 것이 좋습니다.
지금 할 수 있는 것
둘 다 증상이 아니라 병의 진행 자체를 겨냥한 소식이지만, 백신은 임상시험이 더 진행돼야 하고 먹는 약은 더 큰 3상 임상시험을 통과해야 실제 치료로 이어집니다. 관련이 있다고 느껴지신다면 다음 진료 때 “이런 치료제 소식을 봤는데, 저에게도 해당될 수 있을까요?” 하고 담당 의료진에게 물어보시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이 글은 최근 발표된 연구와 기사 내용을 파킨온이 쉬운 말로 정리해 다시 쓴 것입니다. 의학적 진단이나 치료를 대신하지 않으며, 국내 허가·도입 여부와는 무관합니다. 새로운 치료에 관한 궁금한 점은 담당 의료진과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