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보다 둘, 셋이 걸을 때 보폭과 균형을 더 잘 챙기게 됩니다. 동행이 자연스럽게 만들어주는 리듬과 신호가 파킨슨병 환자의 걸음에 실제로 도움이 된다는 연구가 있어, 안전하게 함께 걷는 방법을 정리했습니다.

왜 동행이 도움이 될까요
파킨슨병 환자는 혼자 걸을 때 보폭이 좁아지고 팔 흔들림이 줄어드는 경향이 있습니다. 걷는 리듬을 스스로 만들어내는 뇌 회로(기저핵)의 기능이 떨어지기 때문인데, 동행이 있으면 상대의 속도와 발소리에 자연스럽게 맞추게 되면서 이 부족한 리듬을 대신 채워주는 효과가 납니다. 실제로 발소리나 박자에 걸음을 맞추면 걸음 속도가 빨라지고 보폭도 커진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보행동결이 왔을 때 동행이 도와줄 수 있는 것
걷다가 발이 바닥에 붙어버리는 보행동결이 오면, 옆에 있는 동행이 할 수 있는 게 많습니다.
- 박자를 세어 주세요. “하나, 둘, 하나, 둘”처럼 소리 내어 숫자를 세거나 리듬을 만들어 주면, 그 박자에 발을 맞추면서 다시 걸음을 뗄 수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 발을 디딜 자리를 가리켜 주세요. 바닥의 특정 지점을 가리키며 “여기를 밟아 보세요”라고 말하면, 그 지점을 목표로 발을 들어 넘는 동작이 얼어붙은 걸음을 푸는 데 도움이 됩니다.
- 한 발씩 짚어서 말해 주세요. “왼발, 오른발”처럼 번갈아 말해 주는 것도 같은 원리로 도움이 됩니다.
- 재촉하지 마세요. 뒤에서 밀거나 손을 세게 끄는 것은 오히려 균형을 무너뜨릴 수 있습니다. 옆에서 같이 리듬을 만들어 주는 것이 핵심입니다.
안전하게 동행하는 방법
동행 산책 시에는 환자보다 반걸음 뒤, 계단이나 턱이 있는 방향에서 걷는 것이 좋습니다. 갑자기 방향을 트는 대신 미리 말로 알려주면 예기치 못한 회전 동작으로 인한 낙상을 줄일 수 있습니다. 걸음이 많이 불안하다면 허리에 두른 이동벨트를 동행이 잡고 걷는 방법도 있습니다 — 침대에서 돌아눕기·일어나기 글에서 다룬 것과 같은 방식으로, 무게중심이 흔들릴 때 바로 지탱해 줄 수 있습니다.
산책 전 확인할 것들
산책로는 평탄하고 조명이 밝은 길을 우선으로 고르고, 약효가 안정적인 시간대를 택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밑창이 걸리지 않는 신발을 신는 것도 중요한데, 어떤 신발이 적당한지는 신발 고르기 글에서 다뤘습니다. 걷다가 어지러움이나 다리 힘 빠짐이 느껴지면 즉시 앉아서 쉬도록 서로 확인하는 습관을 들이세요.
정기적인 동행 산책 모임도 도움이 됩니다
영국의 한 노르딕워킹 프로그램에 참여한 파킨슨병 환자 100명 이상을 5년간 추적한 결과, 걷는 속도·보폭·균형이 좋아졌을 뿐 아니라 낙상에 대한 두려움 자체가 줄었다고 보고됐습니다. 국내에도 이 프로그램이 그대로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정기적으로 만나 함께 걷는 모임 자체는 리듬 있는 걸음을 반복 연습하는 효과와 함께, 사회적 교류·수면 개선 같은 부수적인 효과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혼자 시작하기 막막하다면, 지역 보건소나 환자단체에 파킨슨병 환자를 위한 걷기 모임이 있는지 문의해 보시기 바랍니다.
지금 할 수 있는 것
혼자 걷는 습관이 있다면, 이번 주에는 가족이나 친구와 함께 걷는 시간을 한 번만이라도 만들어 보세요. 보행동결이 왔을 때 옆 사람이 박자를 세어 주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된다는 것을 미리 알려두면 실제 상황에서 훨씬 수월합니다.
이 글은 의학적 진단이나 치료를 대신하지 않습니다. 걸음이나 균형이 눈에 띄게 불안하다면 물리치료사와 상담해 보시기 바랍니다.


